소소한 IT

2016. 11. 1 채식주의자를 읽다

p60,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지 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랮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얻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밖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이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구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ㅊ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 채식을 하는 종교적 상상이 느껴짐. 그리고 그것이 마치 내 몸에서도 느껴지는 듯한 생생함.

p166,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이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값싼 추문이 되어버린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 -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 중략 -
그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그의 행동을 미리 예측할만한 단서를 놓친 적은 없었을까. 영혜가 아직 약을 먹는 환자라는 사실을 그에게 ㄷ 강하게 인식시킬 수는 없었을까.
​>>> 인간이 지난 날을 후회하고, 현실에 대한 아쉬움으로 모든 것을 과거로 되돌리고 싶은 깊은 심정. 후회가 가슴속에 사무치는 느낌